티스토리 뷰


긴장된다. 내일부터 적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된다. 잘 일어날 수 있을까. 하필 저녁을 고추장에 밥을 너무 많이 비벼먹어서 잠은 일찍 못 들고, 뒤척 뒤척. 새벽의 모로고로는 쌀쌀하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호텔식당으로 가, 아침을 못 먹으니 계란과 소세지 과일을 좀 싸달라고 했다. 그동안 사겨놓은 직원 친구들이 열심히는 노력하나, 시간은 20분이나 지체되고, 결국 첫 달라달라를 놓쳐 첫날부터 지각을 하였다. 사실 티도 안나지만.

아침을 제대로 못 먹고 출근을 하니, 짜증이 나기도 하고, 언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별 말도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교무실이 없으니 책상없이 이 의자, 저 의자에 앉아가며 선생님들과 하루 종일 얘기하는 것도 지친다.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스와힐리어가 내 머리에서 맴돈다. 어느정도 기본 적인 말은 할 수 있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생활어는 차원이 다르다. 아직도 못 알아듣는 말이 허다하다.

피곤에 지친 내 모습을 선생님들이 눈치챘나보다. 오늘 슬퍼보이네 와나야. 라는 선생님 말씀에 정신이 든다. 첫날부터 이게 무슨 모습이야, 생각하며 일찍 일어나서 조금 피곤할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다시 웃는다. 남자 선생님들이 자기 집에 데리고 간다. 힘 없어 보이는 내게 우갈리를 먹인다. 그래,,, 우갈리를 먹으니 힘이 생긴다..?

그래도 둘째날이 되니 출근길이 훨씬 수월해짐을 느낀다. 일부러 일찍 가서 달라달라 맨 앞의 편한 자리에 앉았다. 교통비는 800원인데, 선생님들은 500원이다. 근데 선생님들은 다들 어디서 오시는지, 어제도 오늘도 달라달라에 혼자 탄다. 오늘은 용기내서 말한다. 800원 내라는 버스 도우미에게 " 나 팡가웨 선생님입니다 " 하자, 그래도 800원이라길래 " 선생님이면 500원이라고 들었습니다 " 라고 말하자, 알았다며 500원만 받는다. 그러자 버스에 탄 사람들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선생님이라고 속닥거리며, 웃는다. 어떻게 500원만 내면 되는지 알았는게 용하다는 눈치이다.

둘째날, 멀고 먼 힘든 출근길이지만, 모든 선생님들이 이렇게 출근을 한다. 더 멀리서 오시는 선생님들도 있다. 나도 같은 팡가웨 선생님인데, 이거 가지고 힘들다고 툴툴대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이 거리가 적응되야 할텐데 말이다. 요즘은 개학을 한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선생님들이 수업을 잘 안하시는 것 같다. 안보이는 선생님들도 많고, 아픈 선생님들도 많고, 사정이 생기면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준다.

갑자기 강낭콩을 열심히 벗기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부업 하시나 보네, 옆에 앉아서 슬그머니 콩 깎는걸 도와드린다. 보시구선도 아무말도 안하신다. 그래도 나도 할 일이 없으니 묵묵히 콩을 깐다. 그러자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콩을 깎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밥을 해드셨다. 엄청 커다란 쟁반에 밥 10공기는 될 양을 붓고, 그 위에 콩요리를 부어 함께 손으로 먹었다. 그렇게 여기서는 하루가 느긋하게 흘러간다. 한국의 빡빡한 삶과는 비교할 수 없다.

교무부장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 음악만 가르치고 싶습니다. 영어는 발음도 다르고 힘들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자 좋다고 한다. 드디어, 음악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예전부터 음악을 가르쳐보고 싶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음악소리가 풍성하게 일어날 것이다. . 이제 아침 일찍 가, 밖에 내놓은 학생 책상을 빼앗아, 빼꼼히 앉아서는 선생님들이 때에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스와힐리어로 된 음악교재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 삶은 기적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전의 이야기들은 http://jokoh123.egloos.com 에서. >



'2012 - 2014 탄자니아 > 학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Jambo! Jambo Bwana!  (0) 2012.07.25
목소리를 높여라!  (0) 2012.07.25
#1. In the Jungle.  (0) 2012.07.22
수업은 물 같아.  (0) 2012.07.22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0) 2012.07.19
화려한 첫출근  (3) 2012.07.14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