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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면의 삼보 오락실, 농구 게임을 하고 나가는 길에 댄스러쉬라는 발로 밟는 펌프 같은 오락실 게임을 처음 봤다. 펌프와는 다르게 너무나 경쾌하게 밟는 발 모양과 리듬이 신기해 잠깐 머물러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 한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약간은 초조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어서 빨리 이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다. 얼마나 그 열망과 간절함이 큰 지 순간 나를 멈춰 세웠다. 이 사람은 고수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잠시 운전 게임하는 좌석에 앉아 이 사람을 지켜보았다. 이 사람은 곧 자기 차례가 다가올 것이라 생각했는지, 갑자기 모자를 썼다. 모자를 쓰고 경건하게 댄스러쉬 게임위로 올라가는 이 사람의 모습은, 어느 영화보다 더 강렬한 거룩하고 경건한 모습이었다. 어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건함이 나를 감싸 안았다. 이 사람 지켜봐야 된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모자를 푹 눌러쓴 그 사람은 혼신의 힘을 다해 댄스러쉬 게임을 했다.

 

 단순히 발로 밟는 게임이 아니였다. 이 사람은 온몸과 손가락 끝의 힘까지 다해 공연을 했다. 내가 이제까지 본 어느 공연장보다 이 오락실이 크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사람은 짧은 한 곡을 마치고 뒤돌아보았다. 나는 박수를 쳐주었고 그 사람은 모자를 벗어 꾸뻑 인사를 했다. 나는 표현할 수 없는 경건함을 느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한 곡을 더 지켜봐 주었고 다시 박수를 쳐주고 그 사람은 다시 최선을 다해 공연을 마치고 모자를 벗고 인사를 꾸뻑했다. 이 서면 오락실을 오기 전, 경주의 대릉원에 놀러갔었다.

 

 대릉원에 사진존이 있는지, 사람들은 땡볕아래서 그 스팟에서 찍겠다고 땀을 흘리며 줄을 서 있었다. 마치 우리네의 모습 같았다. 누군가 정해준 허상의 자리와 존만이 전부라 생각해 다들 그곳으로 달려가기 위해 경합하고 싸움을 하기도 하는 우리들의 모습, 왜 이 사진을 찍는지조차 생각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현실과 미디어들, 사실 대릉원 주변의 곳곳에 얼마나 더 아름다운 공간들과 여유 있는 발걸음이 머물 곳이 많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늘 이런 식으로 속이고 결국 기어코 줄을 서게 만들어 버린다.

 

 아마 서면 오락실에서 발견한 나의 경건함은 이 줄을 벗어난 이들의 세계가 느껴져셔였다. 세상에선 마치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고 젊음을 낭비하러 오는 곳 같이 표현하는 이곳이 어쩌면 세상에 대항하고 진짜를 찾는 유일한 이들의 발걸음과 비밀스러운 장소일지도 모른다. 하나에 미쳐있고 하나에 몰입하는 한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나는 이 사람에게서 예술의 고결함을 본다. 이 사람의 경건한 공연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 연락처를 바로 주고받기에는 이 사람의 몰입하고 있는 시간이 너무 경건하기도 하고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는 이 서면 오락실을 서성이며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런 연기를 어떤 연기자가 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서 최고의 연기자를 만나는 것이 다큐멘터리가 가진 유일한 차별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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