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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봄이 찾아올때면 기분을 주체하지 못했던 때가 기억난다. 들판에 앉아 한동안 설렘 가득한 마음을 가고 싶은대로 놓아주었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여름이 좋아졌다. 아무리 뜨거운 땡볕도 거뜬히 걸을 수 있었고, 긴 여름의 길을 걷고 땀을 흘리면 무언가 결실이 있을 것만 같았던 시간을 지냈던 것 같다. 여름의 끝에 맺힌 땀방울 같은 결실을 찾아 떠났던 긴 시간이 지나자, 가을이 찾아왔다. 무심코 길을 걷다 발견한 낙엽들의 흔적에 가슴이 저며오며 봄과 여름이 끝났음이 직감이 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설렘에 대한 시간들도 사라지고, 거침없이 흘리던 땀의 시간도 지나가니 내게 다가온 시간은 쓸쓸히 남은 낙엽들 뿐이었다. 고요히 거리위에 남아 바스락 소리내며 사라져가는 낙엽들.


 이제서야 나는 지나간 인연들을 돌이키며 가을의 계절에 서 있었던 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당신들이 느꼈을 이 쓸쓸한 낙엽들이 이제서야 내 거리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었다. 울창하게 느껴지던 푸른 잎들은 이내 색이 바래지며 나의 기억 위로 한장 한장 차분히 떨어진다. 나는 당신의 가을, 혹은 이미 가을을 넘어섰던 당신의 겨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였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러자 더 서글퍼지는 것은 봄과 여름에 있는 지금의 인연조차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의 봄과 여름을 망칠 수 없어 가을에 서성이는 나는 그냥 바스락 거리며 거리 위로 떨어지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겨울을 두려워하며.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윤동주 시인. 시인은 가을 끝자락에서 기억의 그물을 들어올린다. 별 하나에 과거를 하나씩 집어올리며 지나가는 계절을 하염없이 보게 될 것이 내 운명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과거가 되며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보게 된다. 또 언젠가 하염없이 그리워할 번쩍이는 지금이 너무 아프다는 것도 받아들인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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