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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2 라는 만화책의 키네라는 주인공을 무척 좋아한다. 늘 허풍에 뻔질거리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투수로서 재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농담으로(본인딴엔 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늘 가벼운 캐릭터로 인식되고 H2만화책에서도 멋진 두명의 소년 주인공에 밀린 늘 조연 캐릭터이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승리하는 투수가 되고 싶고 숨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그런 녀석이다. 


 마치 내 초등학교 시절을 보는 것 같다.  우스개소리와 허세섞인 말들로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한 것 뿐인데, 마치 그것이 전부인냥 치부될때 오는 서글픔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마저 잃게 된다. 내 딴에는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 뿐인데. 이런 모습을 h2만화책 작가는 특유의 영화적 리듬감으로 그려낸다. 친구들 앞에서 놀림받고 혼자서는 멍 하니 있는 키네. 그런 키네가 드디어 만화책 마지막쯤 가서 등판을 하게 되는데, 키네는 승리할 수 있을까? 키네에게도 기회는 올까?

 

 마지막 공이 플라이 아웃일까 홈런일까 바라보는 키네의 표정.




 대학원에 오고 나서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늘 태생적으로 우수한 만화주인공들이 내 주변에 널려있었던 것 같았다.  내 인생의 만화책을 그린 작가는 나에 대해 능력이 조금은 있지만 마치 우스개소리로 가벼운 농담을 일삼는 사람으로 그려낸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늘 내 능력에 대해 의심하고 고민하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그래서 키네에게 강한 몰입을 했었던 것 같다.


 작년에 만든 단편 다큐멘터리. 부족함을 나도 알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영화제에 진출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아마도, 난 이 영화가 영화제를 가지 못한다면 다큐멘터리를 할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지금 하는 작품도 힘들기도 했거니와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이 이야기마저 알아봐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필드라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폼을 벗자. 미련없이 야구장을 떠나야지 생각하는 벤치의 후보선수인 나에게도 그런 등판의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다. 


 처음으로 영화제에 진출했고, 심사위원진 중 누군가 내 이야기를 알아봐주었다는 것이 깊은 안도의 숨과, 기쁨의 환희로 다가온다. 작품을 뽑힌 것에 대해 '구애' 라는 단어를 쓴 것도 특별히 다가온다.  조연같고 보통 사람같았던 내게도 1승이 찾아왔다. 


http://www.nemaf.net/bbs_shop/read.htm?board_code=sub6_1&idx=50787&cate_sub_id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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