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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와서 생긴 습관들이 몇 개 있다. 



1. 매일 밀크티를 사먹는다.


 카페인이 몸에 좀 부담이 된 이후로 우연히 접하게 된 밀크티. 학교 도서관관 본부 사이에 바람이 지나다니는 테라스 같은 곳이 있다.  쨍한 낮에도 이곳에만 오면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밖으론 건축중인 아파트와 산자락도 보인다. 시원한 풍경을 보며 바람을 맞으면 마치 다른 곳으로 여행온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는게 아침의 습관이 되었다. 보통 10시 수업이니,  9시쯤엔 여기에 들려 밀크티 한잔을 마시고 간다. 학교 현장을 잠시 떠나는 유일한 낙이라고나 할까. 숨돌릴 틈이 좀 있다는 것.


2. 잠 늦게 잔다. 


 제작자들이 다들 왜 이렇게 올빼인가 했더니, 그런 이유들이 있었다. 영화를 만든다는 행위가, 생각에 끝이 없고 편집에 끝이 없다보니 그나마 다들 제한이 없는 밤시간을 저절로 이용하게 된다. 될때까지 하다 지쳐 쓰러져 잠드는 것. 물론 자기조절에 탁월하거나 일을 요량껏 나눠서 하시는 분들은 상관없겠지만, 나는 이 스타일이 적절히 맞았다. 그러다 보니, 화수목금 은 보통 새벽 3시~4시에 잠들게 되는 것 같다. 이것 또한 학교 현장에 있을땐 생각하지 못했던 습관들.


3. 카톡으로 연락을 자주 하게 한다.


 여기 와서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 일단은 대학원 생활 자체 그런 것인지,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 동료를 만나서 으쌰으쌰 하는 작업 환경이나 분위기가 아니였다. 어차피 6명밖에 안되는 동기들이였고, 대부분 촬영이나 알바들로 바빠서 학교에 지내는 이는 없었다. 홀로 기숙사에서 지내는 나만 학교에 줄창 있는 일이 있다보니 밥도 주로 혼자 먹고 편집실에서 밤새는 것도 혼자의 일이였다. 한밤중에 작업 하다 누굴 만날 일도 없고, 얘기하거나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다는 지독한 외로움. 그래서 밤이 되면 가끔 이 감정을 견디기 힘들때가 온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카톡 프사를 황급히 뒤져가며 그래도 아직까지 연락할 수 있는 몇몇에게 급히 카톡을 한다. 물론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도 않고, 그냥 저냥 흐지부지 된다. 그럼에도 나는 단절된 밤과 이 공간이 여전히 무섭고 적응이 안되 늦은 시각에 아무에게나 카톡을 한다. 그러다 보니 옜날 친구들을 많이 찾게 된다.


4. 다이어리를 꼭 들고 다닌다.


 강박적인 것처럼 다이어리를 꼭 들고 다닌다. 고흐 엽서를 보고, 우리반 아이가 써준 편지와 사진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고토겐지의 글귀와 성경구절이 쓰여져 있다. 나를 버티게 하는 이것들을 가방에 꼭 넣고 몇번이고 보곤 한다. 일정을 정리할 것도 없음에도 다시 한번 일정을 뒤적이고, 쓸데없이 꼼꼼히 적으며 하루를 버텨가는 것을 보는 맛에 넣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노래방을 종종 가게 되었는데 오늘같은 밤이면 노래를 자주 부르게 되었다는 것도, 큰 변화중 하나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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