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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을 짧게는 2년, 길게는 매우 길게? 떠나게 되었다. 짧은 7년 정도의 경력이지만 적어도 내 스스로 앞으로 교육현장에 오게 되었을때를 대비한 철학은 갖춘 것 같다. 교단에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를 고르라 한다면 '약속' 이라고 답하겠다. 아이들을 무섭게 대하고 강압적인 방법 또는 엄격한 규율 등이 아이들을 제압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또는 훌륭한 교수법과 뛰어난 생활지도가 괜찮은 선생님으로 만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그것만이 전부라 생각하는 교실들은 학년말에 가면 무너지게 되어있다. 초반에는 효력을 발휘하지만 어느새 아이들이 카톡방에서 나(?)를 씹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진 지금, 교사의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 약속 뿐이다.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관계를 맺기가 힘들다. 그건 어른인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약속시간과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의 그 이후의 관계는 진전되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게 되는 첫발걸음은 그 사람이 약속을 지키는지를 두고보는 것일 것이다. 아이들도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은 교사가 무섭고 다정하고는 2차적인 문제이다. 사실은 우리 선생님이 모순된 사람은 아닌지, 나와의 약속을 지켜주는 사람인지에 대해 어른들처럼 본능적인 관심을 갖고 반응하는 것이다. 


 '약속'이 무너지면  '관계'는 당연히 성립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학년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간과하는 실수가 '약속'을 사소히 여기고 카리스마적인 태도와 유머로 유야무야 넘어갈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은 모면하는 것 같으나 결국 이 또한 학기말에 교실이 붕괴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년간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성공적인 교실을 이룬 것은 아니나 약속에 대해서만큼은 예민하게 아이들에게 반응했다. 아이들과 약속한 것은 어떻게든 지키려 했고, 잊지 않으려고 노트에 적어놓기도 했다. 그러자 나의 어설픈 교수법이나 교실환경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나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어찌되었든, 선생님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관계를 맺겠다고 아이들이 결심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 끝은, 인간 대 인간으로 아이들은 나와 관계를 맺고 종업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는 관계가 지속되는 것 같다. 


 그럴 일은 없지만, (?) 누군가 내게 선배님 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수업인가요? 생활지도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좋냐 안좋냐를 떠나, 재능이 있는 교사냐 아니냐를 떠나 일단 관계는 맺고 걸음은 시작해야 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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