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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할머니까지 미국에 오래전 이민 가신 LA 삼촌댁에 왔다. 조금 더 자유롭게 쉬고 싶은 방학이었는데 어느날 문득 부모님과 여행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나의 시간과 방학을 포기하고 부모님과 할머니 일정에 맞춰 미국에 왔다. 삼촌도 문득 여행을 하다 말한다. 그러고 보니, 어무이랑 이래 여행 다니는거 처음이네예.


 평생을 사업을 험난하게 하다가, 이제서야 뒤를 잠깐 돌아보니 80이 넘은 노모가 계시고, 그나마 다행히 이제서라도 처음으로 여행을 왔다는 안도의 미소였다. 그 미소를 나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아니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하고 나니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되었고 부모님도 험한 세월을 살아오셨던 것이다. 할머니 덕분에 우리 가족들까지도 덩달아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아마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가장 좋은 곳에서 자고 가장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았단 것 같다. 삼촌도 나도, 우리 모두도 첫 여행이었던 것이다. 여행의 기운이었을까., 나는 34년만에 부모님이 처음으로 손을 잡으시는 것을 보았다.


 볼 왼쪽에 염증이 생겨 여행내내 나는 왼쪽 볼을 만졌다. 불룩하게 튀어올랐는데 약을 먹어도 먹어도 낫지가 않았다. 괜히 찝찝한 마음에 또 만지고 만지다 보니 아마도 더 덧난듯 싶다. 그런데 어느정도 가라앉은 지금에도 나는 거울을 또 보고 왼쪽 볼을 계속 만지고 있다. 마치 아버지의 투병이 끝나고 난 후 아버지도 습관적으로 목을 쓰다듬듯이 말이다. 일종의 상처의 여운 같다.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는 몸부림으로 그런 상처들을 만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상처의 여운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보다 무심코 물어보나보다. 


 왜 그래, 그만만져., 어디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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